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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품인데 가격이 다른 이유를 경제학으로 풀어보기

유통 단계를 줄이면 소비자가격도 반드시 내려갈까?

퓨처테크 투자자 2026. 10. 25. 13:52

목차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면 가격이 확 내려간다"는 말은 직거래 광고에서 자주 듣는 문구입니다.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단계가 줄었는데도 가격이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통 단계와 유통비용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단계를 줄여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보도된 자료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단계 수와 유통비용은 다릅니다

    유통 단계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거치는 거래 주체의 수입니다. 하지만 각 단계가 하던 일(선별과 포장, 운송, 보관, 재고 위험 부담 등)은 단계가 사라져도 없어지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갈 뿐입니다. 중간상이 하던 일을 생산자나 대형마트가 직접 하게 되면, 그 비용은 그쪽이 부담하게 됩니다.

     

    아래는 이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숫자입니다. 실제 품목의 수치가 아닙니다.

    기능 중간상이 할 때 비용 단계를 없애고 생산자가 직접 할 때 비용
    선별·포장 150원 200원 (소량이라 단가가 높음)
    운송 200원 250원 (소량 배송)
    보관·재고 위험 150원 150원
    합계 500원 600원

     

    이 가상 예시에서는 단계를 없앴는데도 유통비용 합계가 500원에서 600원으로 오릅니다. 반대로 직접 하는 쪽의 규모가 크고 효율적이면 합계가 500원보다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계의 수가 아니라 각 기능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하는가입니다.

    2. 실제 연구에서는 어땠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09년 정책연구보고 「농산물 물류체계 진단과 효율화 방안」(전창곤·최병옥·김동훈)의 요약에는 품목별 비교 결과가 나옵니다.

    품목 비교 결과
    배추 도매시장 유통 vs 직거래 유통비용이 산지가격의 도매시장 114.8%, 직거래 76.5%. 단계가 적은 직거래가 낮음
    토마토 도매시장 유통 vs 대형유통업체 도매시장 유통비용이 대형유통업체보다 11.1% 낮고 산지가격은 비슷. 다만 도매시장 경유 시 운송시간이 29~50시간으로 길어 신선도 기준 상품가치가 30~40% 떨어짐(대형유통업체는 20%)

     

    배추는 단계가 적은 쪽이 비용이 낮았지만, 토마토는 도매시장을 거치는 쪽의 유통비용이 오히려 낮았습니다. 같은 "유통 단계 축소"라도 품목과 방식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의미입니다. 이 보고서가 유통단계 축소를 직접 권고한 것은 아니며, 도매시장 효율화와 저온유통체계 구축 등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3. 도매가격이 내려도 소비자가격은 천천히 내려옵니다

    쿠키뉴스는 2023년 4월 보도에서 한우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도매가격이 20% 정도 떨어졌지만 소비자가격은 10% 수준만 떨어졌다고 설명했고, 가공·숙성·유통 과정에 2주에서 1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대형마트들은 축협과의 직거래, 직접 가공, 산지 직경매 참여 등으로 유통 단계를 줄이려 한다고 소개했지만, 이런 노력으로 소비자가격이 얼마나 내려갔는지는 기사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4. 정부의 예상은 어땠나?

    경향신문 2013년 5월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유통비용을 10~15%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한우 1마리 기준으로는 3년 뒤 유통비용이 102만 7천 원 줄어 생산자 수취분이 2.5% 늘고 소비자가격이 7.4% 낮아진다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전망치로, 실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기사는 역대 정부의 유통단계 축소 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5. 단계 축소가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조건

    조건 설명
    기능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 대량 물류·저온 유통 등으로 총비용이 실제로 줄어야 함
    절감분이 가격에 반영 경쟁이 있어야 절감분이 소비자에게 전달됨 (11편 참고)
    품질·신선도 유지 단계를 줄이다 품질 손실이 늘면 효과가 상쇄됨

     

     

    이 글의 한계

    1번 표의 비용은 설명을 위한 가상의 숫자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는 2009년 보고서 초록을 확인한 것이어서 지금의 유통 환경과 다를 수 있고, 배추와 토마토 두 품목만 소개했습니다. 한우 사례는 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며 정부 수치는 전망치입니다. 대형마트의 직거래 노력으로 소비자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내려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