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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첨단소재 국가첨단전략기술 32개 신규지정(위기의 석유화학이 첫 타자가 된 이유, 배터리 소재와 석유화학, AI 데이터센터가 만든 새로운 연결고리 — ESS, 석유화학사들에게는 '탈석유화학'의 기회)
퓨처테크 투자자 2026. 7. 13. 09:54목차

■ 위기의 석유화학이 첫 타자가 된 이유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와 매일경제·연합뉴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가 이번에 32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한 배경에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몰린 국내 석유화학 업계를 첨단소재 산업으로 체질 개선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HBM 패키징 소재, AI 데이터센터용 ESS 전지 소재, 초고내열성 전력 인프라 소재 등이 이번에 지정된 대표 분야다. 지정된 기업들은 R&D·시설 투자에 대한 파격적인 세액공제, R&D 우선 지원, 공공인증 절차 단축 같은 전방위 지원을 받게 된다.
이 조치를 단발성 이벤트로 보기보다는, 정부가 몇 년째 이어온 '국가첨단전략기술' 확장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6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4개 분야 17개 기술을 처음 지정했다. 이후 2024년 12월 제7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는 로봇(휴머노이드 로봇 구동기·프레임 기술)과 방산(1만5000lbf급 이상 항공엔진 핵심 소재·부품)이 새로운 분야로 추가됐다. 이번 석유화학 첨단소재 32개 기술 지정은 이 확장 흐름의 다음 단계인 셈이다.
32개 기술 중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2차 전지 배터리소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2차전지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인지 아무런 지원 대책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중국의 LFP 저가공세에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고 당장 기술은 뛰어난데 배터리 매출과 점유율을 다 잃어버렸다. 이제라도 지원책이 나온다니 다행이다.
배터리 소재와 석유화학
이번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정부가 위기의 석유화학 업계를 구제하는 방식으로 '반도체·2차전지·에너지'라는 완전히 다른 업종의 소재를 택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어색한 조합 같지만, 화학적으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2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 중 전해액, 분리막, 바인더(결착제) 세 가지가 모두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전해액의 핵심 용매인 카보네이트계 화합물(EC, DMC, EMC 등)은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에틸렌·프로필렌을 원료로 만든다. 분리막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필름 역시 나프타 분해 산물이고, 전극에 활물질을 붙잡아두는 바인더(PVDF 등)도 석유화학 공정에서 합성된다. 즉 배터리 셀 제조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조립'하는 최종 제품 아래에는, 석유화학사들이 '원료'를 만들어 공급하는 긴 사슬이 깔려 있다. 이번 지정은 그 사슬의 상류에 있는 석유화학사들에게 직접 세제·R&D 혜택을 주겠다는 뜻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만든 새로운 연결고리 — ESS
이번 지정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이 'AI 데이터센터용 ESS 전지의 안전성·수명을 높이는 화학 신소재'다. 이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ESS 시장이 지금 2차전지 업계 전체의 '두 번째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 정체로 배터리 셀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흔들리던 지난 2~3년, ESS는 그 공백을 메워주는 대체 수요처로 부상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끊기면 서비스 장애로 직결되고, GPU 연산 특성상 전력 사용량이 순간적으로 크게 요동치는데, 이 변동을 흡수하는 장치가 ESS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미국 DTE에너지와 시장 평균을 웃도는 단가로 대형 ESS 공급계약을 맺은 것도 이런 수요 급증의 결과다.
그런데 ESS용 배터리에는 EV용 배터리와 다른 요구조건이 붙는다. 자동차처럼 무게·부피 제약이 크지 않은 대신, 컨테이너 단위로 수년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화재 위험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이 안전성·수명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바로 전해액 첨가제, 난연성 분리막, 열폭주 억제 소재 같은 화학 소재다. 이런 소재는 배터리 셀 업체가 아니라 그 위 단계의 화학 소재 기업들이 개발·공급하는 영역이고, 이번 전략기술 지정은 정확히 이 영역을 정조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생각하고 있지 않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최종적인 보호는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ESS 저장장치가 필수라는 것이다. 지금은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ESS 시장이 확 살아날 것이다. 머지 않았다. 놓치지 말자. EV 시장도 회복세인데다. ESS 시장이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중기적으로 로봇과 드론 등 타 산업에까지 확장된다면 반도체와 맞먹는 시장이 될 것이다.
석유화학사들에게는 '탈석유화학'의 기회
이 지정이 갖는 의미를 정리하면 이렇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같은 기존 석유화학 대기업들은 그동안 에틸렌·프로필렌 같은 범용 기초유분을 대량 생산해 파는 사업 구조였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로 이 범용 제품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금, 정부가 제시한 탈출구는 같은 나프타 분해 공정에서 나온 원료를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고부가 소재'로 가공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이미 양극재(에너지솔루션과는 별도로 첨단소재 부문에서) 사업을 키워왔고, 전해액 첨가제·분리막 코팅 소재 분야에서도 국내 여러 중소·중견 화학기업들이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지정으로 이런 기업들이 받게 될 세액공제(R&D·시설 투자), 공공인증 절차 단축은 곧 신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는 뜻이고, 이는 배터리 셀 업체 입장에서도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이 더 두터워지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번 32개 전략기술 지정을 단순히 "석유화학 살리기"로만 보면 절반만 본 것이다. 실제로는 정부가 국내 2차전지·ESS 공급망의 상류(소재)를 강화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셀 제조사들이 아무리 좋은 배터리를 만들어도, 그 안에 들어가는 전해액·분리막·바인더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쉽게 대규모로 조달할 수 있느냐가 결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소재 저가 공세로 한국 배터리 셀 업체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소재 단계부터 기술 격차를 벌리려는 시도로 이번 지정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직접적인 2차전지 소재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세계 1등을 하는 기술이 몇개나 되는가? 크게보면 반도체, 조선, 2차전지다. 그렇다면 세계 1등을 하는 기업들의 기술을 정부가 더 지원해줘서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중국과 대등하게 싸워 이길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년이 너무 안타까운 시간이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정신차리고 확실한 지원책을 내놓아서 세계 1등 기술을 보호하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돕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중국의 막대한 지원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조금만 더 지원했다면 현재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및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한 분석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참고자료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고시 관련 보도 – 매일경제, 연합뉴스
연합인포맥스 – HBM 패키징 소재 관련 보도
한국무역협회(KITA) – 세액공제 등 지원제도 관련 보도
1. '로봇·방산' 국가첨단전략기술 신규 지정 – 한국무역협회(KITA), 뉴시스 (2024.12.20)
2.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 김·장 법률사무소 (2023.06)
3. 매일경제, 연합뉴스 등 석유화학 32개 핵심전략기술 지정 관련 보도
